현대자동차가 북미 픽업트럭 시장 공략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202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형 픽업트럭은 EREV 기술을 탑재하며, 기존 산타크루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중형 사이즈로 설계될 예정이다. 포드 레인저, 토요타 타코마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동화 기술력을 앞세워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픽업트럭 시장은 북미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연간 수백만 대가 팔리는 이 시장은 전통적으로 미국 브랜드들의 아성이었지만, 최근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있다. 완전한 전기차도 아니고 기존 내연기관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려는 전략이다.
EREV는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의 약자로, 전기차의 장점과 내연기관의 실용성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일반 하이브리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모터만이 차량을 움직이고, 엔진은 오직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수행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력과 조용한 주행감을 유지하면서도, 주행거리 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대차가 목표로 하는 성능 수치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순수 전기 주행만으로 약 80에서 1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으며, 엔진 발전기를 포함하면 총 주행거리는 600킬로미터를 넘어선다. 미국처럼 넓은 땅에서 장거리 운행이 잦은 픽업트럭 사용자들에게는 매우 실용적인 솔루션이다. 충전소를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휘발유만 있으면 계속 달릴 수 있으니, 순수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셈이다.
2021년 출시된 산타크루즈는 현대차의 첫 번째 픽업트럭 도전이었다. 소형 유니바디 구조로 만들어진 이 차량은 도심 주행과 주말 캠핑을 즐기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본격적인 작업용 픽업트럭을 찾는 고객들의 요구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적재 능력과 견인력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형 모델은 이런 약점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중형 사이즈로 키우고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채택해 본격적인 픽업트럭의 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적재함 길이는 1.5미터 이상으로 늘어나고, 견인 능력은 3톤 이상을 목표로 한다. 오프로드 성능도 대폭 강화되어, 험한 길을 달리는 것을 즐기는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현대차는 이제 라이프스타일 픽업트럭과 작업용 픽업트럭이라는 두 가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게 되는 것이다.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2024년 기준 연간 약 300만 대가 판매되는 거대한 규모다. 포드 F-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램 픽업이 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중형 세그먼트로 범위를 좁혀도 포드 레인저, 토요타 타코마, 쉐보레 콜로라도가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아서 새로운 브랜드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전동화 바람이 불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으로 전기 픽업트럭 시장을 개척했고, 리비안과 테슬라도 각각 독특한 모델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순수 전기 픽업트럭은 높은 가격과 제한된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때문에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현대차의 EREV 픽업트럭은 바로 이 틈새를 겨냥한다. 전기차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갖추면서도, 실사용에서는 훨씬 편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REV 시스템을 픽업트럭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 전기모터, 엔진, 발전기를 모두 탑재해야 하므로 무게가 크게 늘어난다. 이는 연비와 적재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배터리 팩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추는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픽업트럭에게 필수적인 높은 견인력과 적재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 특성은 오프로드 주행이나 무거운 짐을 끌 때 기존 내연기관보다 오히려 유리하다. 현대차는 고출력 전기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를 조합하되, 엔진 발전기는 소형 고효율 유닛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런 조합이 성공한다면 성능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예상 가격은 4만에서 5만 달러 선이다. 포드 레인저나 토요타 타코마의 중상급 트림과 비슷한 수준이다. EREV 시스템의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다소 높지만, 현대차는 뛰어난 연비와 낮은 유지비, 풍부한 기본 사양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면 실제 구매 가격은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주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한다.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렌탈과 리스 프로그램도 강화할 예정이다. 픽업트럭 사용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타보면 EREV 기술의 장점을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픽업트럭 전략은 북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주, 중동, 남미 등 픽업트럭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이미 타스만 픽업트럭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EREV 버전은 이런 글로벌 전략의 핵심 모델이 될 전망이다. 각 지역의 규제와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엔진 사양이나 배터리 용량을 조정하는 유연한 접근이 예상된다.
현대차 그룹 차원에서 보면 더 큰 그림이 그려진다. 기아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도 픽업트럭 모델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기아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픽업트럭을, 제네시스는 럭셔리 픽업트럭 세그먼트를 공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그룹은 다양한 소비자층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픽업트럭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도전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스트는 EREV 기술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동화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순수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친환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미 픽업트럭 시장이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면 새로운 브랜드도 성공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28년이면 전기차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EREV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대차 브랜드가 픽업트럭 시장에서 아직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현대차가 최근 몇 년간 북미 시장에서 보여준 빠른 성장세와 품질 개선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현대차 북미 공식 포럼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신형 픽업트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사용자들이 산타크루즈보다 큰 사이즈와 강력한 성능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현대차 특유의 뛰어난 보증 프로그램과 가성비를 기대하고 있다. 10년 또는 10만 마일 파워트레인 보증은 현대차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면 앞으로 약 3년간 프로토타입 테스트와 양산 준비가 진행될 것이다. 그동안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EREV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픽업트럭 사용자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충족시킨다면,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 향후 공개될 디자인과 상세 사양에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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